테라핀은 엔드네더말랑이@endnether의 창작종족이자 열린 종족입니다. 캐릭터 설정에 관해 궁금하시거나 문의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개요]

테라핀은 자연의 정수와 함께 공명하는 이들이며, 일반적인 생물보다 '본질적으로' 자연과 가까운 존재들입니다. 테라핀은 살아간다는 표현 대신 공명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들과 자연 간의 밀접한 관계를 드러냅니다. 
자신과 공명하는 자연 속에서 테라핀은 가장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부로 나아가며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도 있겠죠. 원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하는 법이니까요.  

 

[기원]

숲/늪지/해안과 같은 자연지형, 호수/산/강과 같은 자연지물이 오래되어 영험한 힘이 서리면 그 자체로 자연의 정수가 됩니다. 자연지물의 경우 해당 지물이 존재하는 근처의 지역까지도 정수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나무, 바위와 같은 단일 개체는 정수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한 자연지물이나 지형만 정수가 될 수 있습니다. 호수 주변의 생태계, 섬 근처의 생태계라는 말은 있지만 나무 주변의 생태계, 바위 주변의 생태계라는 말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사실은 테라핀에 대해 알아내고자 했던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선사했습니다. 테라핀이 왜 '정수'라는 표현을 쓰는지는 후술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수는 자신의 일부를 이용하여 테라핀을 생성하게 됩니다. 그곳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들, 그리고 지형을 이룬 무기물들이 가진 의식의 집합체가 테라핀의 생성을 촉발하고, 그들의 일부를 나누어 테라핀을 구현해냅니다.  

그래서 테라핀은 그 자체로 군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생태계는 수많은 것들의 집합체이고, 테라핀은 그러한 자연으로부터 기원했으니까요. 

 

[정수]

정수는 테라핀의 기원이자 보금자리입니다. 테라핀은 보통의 경우 평생을 자신이 태어난 정수와 함께하며, 정수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테라핀도 있을 수 있습니다! 테라핀은 아주 개성적인 생물들이니까요.)

(필자는 테라핀이 없는 정수는 정수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생태계라고 합니다. 생태계를 정수라고 부르는 생물은 테라핀 뿐이기 때문입니다.)

정수는 그 지형의 아주 복잡한 생태계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정수의 범위는 그 지역의 생태계가 퍼져 있는 곳까지이며, 일반적인 경우 굉장히 넓습니다. 한 지형에 정수 하나가 보통이지만, 지형이 겹치는 곳이나 중간 지대 같은 경우에는 정수의 영역 둘 이상이 겹쳐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에서 정수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문명을 가진 지성체들이 생태계를 파괴했거나, 혹은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데 지장을 주고 있는 경우(ex. 단일 품종 경작, 유목, 개발, 벌목 등), 그런 곳에서는 정수가 생성되지 않습니다. 


대단히 드물게,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함께 공존하고 있는 지성체들(수렵, 채집 민족, 문명이 없는 지성체 등)이 정수의 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성체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문명이 생태계의 일부로서 기능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정수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정수의 영험함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적인 힘이나 신성함과는 조금 다르게 작용합니다. 정수의 힘은 항상성을 띤 생태계의 공(共)의지입니다. 보통의 경우 정수는 자기 자신의 생태계를 온전히 유지하고자 합니다. 실제적인 물리력이나 영력을 띤 것은 아니지만, 자아를 가진 생태계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정수 중에서도 아주 개성적인 정수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적인 힘이 없다 하여 정수가 약한 것은 아닙니다. 정수은 생태계의 공의지인만큼, 이론상으로는 정수의, 즉 생태계 전체의 공적이 생길 경우 정수 전체가 그 대상을 적대시하거나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드문 경우입니다. 생태계는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보통 포용하려고 하지, 배척하려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사실은 단순합니다. 덮쳐오는 불길을 보고 피하지 않는 생물은 없습니다.

 

정수는 생태계 그 자체인 만큼, 언제부터 이 생태계가 정수였고 정수가 아니었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물이 없던 불모지에 다양한 생물군들이 정착하여 균형을 이루고 오랫동안(보통 1000년 이상) 유지되어 왔다면, 그래서 하나의 생태계로 취급될 수 있다면, 정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인공적으로 균형 잡힌 복잡한 생태계를 만들어 유지시킬 수 있다면 정수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정수가 아예 새로 만들어지는 것 보다는, 주변의 정수가 영역을 넓혀 와서 정수가 아니었던 곳이 정수의 영역에 포함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 전에 없던 생태계가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듯 말입니다. 다만 주변 지역에 없는 아주 독특한 생물군이 그 지역에서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게 된다면 아예 새로운 정수로 취급될 수도 있습니다.   

 

정수가 이미 존재하는 곳에 지성체들이 들어와 생태계를 파괴할 경우, 그 즉시 정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태계의 파괴 정도에 따라 천천히 약화되기 시작합니다.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복구가 불가능해졌을 때 정수는 사라집니다. 기존 생태계 생물군의 70% 이상이 사라졌을 경우, 혹은 외래종 침입이나 인위적인 생물종 단일화로 인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불균형이 생겼을 경우를 뜻하기도 합니다. 파괴된 정수의 테라핀은 정수와 운명을 함께 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정수와 공명하지 못해 위험에 처합니다. 지성체의 영향이 아닌 자연재해(해일, 지진, 자연 발화 등)로 인해 기존에 있던 정수가 파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수를 잃은 테라핀은 후술할 방법으로 다른 정수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다른 테라핀들은 정수를 잃은 테라핀을 보통 잘 보살펴 주지만, 정수를 잃은 테라핀은 보통의 경우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환원합니다. 

 

[생성]

테라핀의 생성은 언제나 특징적인 자연현상을 동반합니다. 자연현상은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날씨일 수도 있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이변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테라핀은 이름을 지을 때 그 테라핀이 동반했던 자연현상을 이명으로 가지게 됩니다.

보통 하나의 자연의 정수에 2~3명 정도의 테라핀이 공명합니다. 넓은 정수의 영역을 가꾸는 데 둘에서 셋 정도의 테라핀이면 보통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드물게 (이런 표현을 쓰고 있긴 하지만, 여러분의 캐릭터 설정으로 자유롭게 넣으셔도 괜찮습니다.) 하나의 테라핀만이 공명하는 정수도 있습니다. 극지방이나 화산과 같이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별로 없는 경우 하나의 테라핀만으로도 정수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 때가 있습니다. 극한 환경의 정수들은 테라핀을 하나만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갓 생성된 테라핀의 키는 1.3m 정도이며, 지능은 14살 정도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테라핀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합니다. 나이가 아주 많이 든 테라핀은 키가 5m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활방식]

테라핀은 보통 자신이 공명하는 정수를 돌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서 돌본다는 말은, 정원사의 적극적인 개입과는 다르게, 정수의 존재가 존속되도록 소극적으로 돕는 일에 가깝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정수 내부의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불이나 전염병, 외래종 유입과 같은 외부의 영향으로 인해 정수가 위협받을 경우 테라핀은 정수를 보호합니다.

자연이 자기 의지로 스스로를 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이상, 테라핀이 공명하는 자연의 정수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테라핀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달리다 넘어져도 그에 따른 타박상만 입을 뿐, 돌이나 나무뿌리에 의한 추가적인 부상은 입지 않는 식입니다. 하지만 정수 외부에서 들어온 질병이나 생물에게는 다른 것들과 똑같이 피해를 입습니다.

테라핀은 기본적으로 잡식성이며, 덩치와 관계없이 매우 소식하는 편입니다. 상술한 특징 때문에 생물이 가진 자연독은 테라핀에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테라핀이 육성으로 소통하는 일은 드뭅니다. 정수는 넓은데 테라핀은 적다 보니 말할 대상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들의 세상에서는 비언어적 표현만으로 충분한 의사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다스러운 성격을 타고난 테라핀이라면, 언어가 전달 가능한 수많은 의미들에 매료되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낼 수도 있겠죠.

 

[동화]

테라핀에게는 자유롭게 주변 환경과 동화되는 능력도 있습니다. 근처에 강이 있다면 강물이 될 수도 있고, 나무가 많이 있다면 나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켜 주변 환경과 완벽히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테라핀은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보다 동화된 상태일 때 훨씬 쾌적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졸리거나 쉬고 싶을 때는 주변과 동화된 상태로 휴식합니다.

동화 상태의 테라핀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나무가 갑자기 생겨 있거나, 어쩐지 꽃이 좀 늘어난 느낌이 든다면 테라핀이 그곳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테라핀은 동화 상태의 다른 테라핀을 직감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테라핀은 자연으로 환원되고 싶은 욕망을 느낍니다. 이성적으로 통제는 가능하지만 그 욕망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자리하게 됩니다. 테라핀의 환원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주변과 동화되어 다시 테라핀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 테라핀은 영구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환원이 자기 의지로 이루어지니까요. 하지만 이유 없이 영원히 공명하고 싶어하는 테라핀은 거의 없습니다. 대개 200살 정도가 되면 테라핀은 환원을 선택합니다.

 

[위기 상황]

자신이 공명하고 있는 정수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거나, 정수가 심각하게 파괴되었을 경우 테라핀은 고통에 시달립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두통으로 시작하지만 정수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열, 호흡곤란 등의 다양한 증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전에 정수로 돌아간다면 금방 건강을 회복할 수 있지만, 그대로 방치될 경우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보름 안에 의식을 잃고 죽게 됩니다. 테라핀은 그 특성 때문에 개발지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환원하지 못하고 죽은 테라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뭇잎, 물방울, 깃털, 돌조각 등 다양한 자연물들로 분해됩니다. 

 

[이동]

테라핀이 언제나 자신이 생성된 정수에만 붙박여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접한 다른 정수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순히 다른 정수의 영역을 지나가는 것 뿐이라면 별다른 허락은 필요하지 않지만, 자신이 공명하고 있는 정수를 옮기고 싶을 때는 이동하고자 하는 정수의 테라핀들이 허락해야 합니다.

테라핀에게 정수를 옮긴다는 것은, 여행을 위한 장기 비자 발급 정도의 느낌으로 취급됩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테라핀이 자기가 생성된 정수를 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상술한 특성 때문에 테라핀은 자신의 정수를 오래 떠나 있으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공명의 대상을 다른 정수로 옮겨 가며 이동한다면 비교적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기에 외부에 관심이 많은 테라핀은 이 방법을 애용합니다.

 

[외관]

모든 테라핀은 공통적으로 동그란 역안입니다. 갓 생성되었을 때는 그냥 검은 눈이지만 나이가 들 수록 하얀 동공이 생겨나 커집니다. 나이가 아주 많이 든 테라핀은 거의 완전히 하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는 기본적으로 동그란 구형이며, 머리카락이 없습니다. 대신 모자나 탈을 쓰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머리를 덮고 있습니다. 드물게 구형이 아닌 다른 얼굴형을 가지고 있는 테라핀이 있기도 합니다. 

인간과 비슷한 상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 대신 비늘이나 털이 있기도 하지만 골격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유사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의복을 입고 있으며, 이것도 몸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갓 생성된 테라핀도 옷을 입고 있습니다. 성장에 따라 조금씩 의복의 크기도 커지고 형태도 복잡해집니다. 


보통의 경우 테라핀이 공명하는 정수의 기후에 맞게 의복의 전체적인 형태가 정해지긴 합니다. 하지만 테라핀의 의복은 체온 유지나 보호 목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눈을 차가워하는 눈이나 햇볕을 뜨거워하는 햇볕이 없듯, 테라핀은 자연과 본질적으로 가까운 존재이기에 기후에 관계없이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복에 제한은 크게 없는 편입니다. 같은 정수에 공명하는 테라핀들은 의복의 스타일도 같습니다. 테라핀이 다른 정수로 옮겨갈 경우에는 의복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모든 테라핀들의 하체는 네 발 달린 발굽동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말이나 염소, 야크 등 실존하는 동물인 경우도 있지만 가상의 발굽동물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 예시로, 편서풍의 테라핀들은 페가수스의 하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심해의 테라핀들은 하체가 비늘로 덮여 있기도 합니다. 같은 정수에 공명하는 테라핀들은 하체도 같은 동물의 형태입니다. 이는 정수를 옮겼을 때도 변하지 않습니다.

테라핀은 양 손목에 어떤 형태로든 장식을 차고 있습니다. 팔찌일수도 있고, 구속구 비슷한 금속 장신구일수도 있습니다. 다른 의복들은 자유롭게 몸에서 분리할 수 있지만 손목에 있는 장식은 절대 테라핀과 떨어지지 않습니다. 테라핀 자신도 이 장식만큼은 결코 분리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테라핀과 정수를 엮는 징표로 해석하기도 하고, 테라핀 자신이 정수에게 보내는 경의나 헌신의 의미로도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하 내용은, 공식설정에 적기에는 너무 길어서 따로 빼어놓은, 테라핀의 설정들에 대한 필자의 추가 설명입니다.

꼭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어진 설정을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도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도대체 이 설정이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해주셔도 괜찮습니다.


1. 자연과 테라핀의 관계

위의 설정만 보면, 테라핀은 철저히 정수에 예속되어 정수를 위해서만 봉사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 보입니다. 넓은 정수일 수록 관리할 곳이 많기 때문에 테라핀이 많다는 점과, 테라핀은 정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정수가 의도를 가지고 테라핀을 생성했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생물의 생멸을 표현하는 단어 대신, 마치 무생물을 대하는 듯한 표현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태어난다'는 표현 대신 '생성되다'라는 표현을, '죽다'라는 표현 대신 '환원되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 그 예시입니다. 

하지만 테라핀은 정수에 완전히 묶여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테라핀의 부제인 '등껍데기에게 주어진 자유의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거북이의 등껍데기는 굳이 자아를 가지고 살아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테라핀 또한 그렇습니다. 

정수는 강대한 힘이 서린 자연 그 자체입니다. 제 영역을 보호할 필요가 생겼다면 그것은 스스로 자정작용을 해낼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간접적인 작용 이외의 물리력이 필요했기에 테라핀을 만들었다면, 그것이 자유의지를 가질 이유 또한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테라핀은 명백히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개성적이고 다양한 성격, 특징, 취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개성적이냐면, 자신이 생성되었던 정수를 떠나 몇백 년이나 방랑하는 테라핀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자연이 테라핀으로 하여금 자유의지를 가지도록 만들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싶습니다. 어쩌면 자연이 그 스스로를 바라볼 거울을 필요로 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테라핀을 이용하여 제 영역을 확장하고자 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이외의 다른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죠. 

 

2. 공명

共命과 共鳴의 중의적 의미를 담은 표현입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함께 울린다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타자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테라핀들은 '살아가다' 대신 '공명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살아간다는 표현에는 타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명은 필수적으로 자신과 다른 타자를 필요로 합니다. 그 표현처럼, 테라핀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의 정수라는 타자의 존재 자체를 필요로 합니다. 굉장히 밀접한 공생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삶이 하나의 음악이라면, 그것은 독주가 아닌 합주일 것입니다. 그들의 울림은 자연과 공명합니다. 

 

3. 정수

자연이 테라핀을 필요로 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정수에 따라 그 이유가 다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의지는 테라핀이라는 단 하나의 개체를 구현하는데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존재들의 집합이 자신들의 의지를 모아 탄생시킨 단일 존재.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이 표현에서는 테라핀이라는 종족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알고 있고, 결국 영원히 자연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죠. 그렇기에 감히 자신을 왕에 비유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정수를 다스린다고 비유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꾼다고 할 뿐이죠.

하지만 실제로 테라핀의 가꾸기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연이 어느 정도 테라핀의 의지에 따라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치 왕의 명령에 복종하듯 말입니다. 가령 외래종이 들어와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면, 테라핀은 적당한 천적이 될 만한 동물을 찾아 그들을 제거하도록 하거나, 생태계 내부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도울 것입니다. 

스스로를 자연의 왕이라고 칭해도 크게 손색없을 모습이지만 테라핀은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하는 활동을 속이지도 않습니다. 테라핀은 그래서 자연을 군체나 집합처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수라는 하나의 개체처럼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테라핀은 수많은 생물들과 무생물들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정수라는 하나의 존재를 가꾸고 보살필 뿐입니다. 어쩌면 그들과 정수는 친구일 수도 있고,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일 수도 있겠죠. 

개인과 집단은 동등한 관계가 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연을 정수라고 부르는 데에는, 자연에 대한 경의와 겸손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향한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4. 세계관?

테라핀은 별도의 차원 세계관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일단 설정을 하면서, 필자는 평면 세계의 무한한 세계를 상상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공식 설정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세요. 테라핀은 행성에 살 수도 있고, 평면 세계에 살 수도 있고, 불타는 항성에도 나름의 생태계가 있다면 그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창작 세계관에 있을 수도 있죠. 

테라핀이 살아가는 세계는 인간만이 유일한 지성체일 수도 있고, 인간 이외의 다른 지성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수에 사는 생물들도 꼭 지구의 생물들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외계의 테라핀일 수도 있으니까요. 자유롭게 설정해주시면 됩니다. 

만약 이 우주를 하나의 생태계로 본다면, 아마 우주의 테라핀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5. 등껍데기에게 주어진 자유의지

테라핀의 어원은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발견되는 민물거북입니다. 굳이 북아메리카였던 이유에는 테라핀 설정의 시초가 되었던 캐의 복장이 북아메리카 원주민 전통복식이었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마음에 예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거북이는 보호받는 본질을, 껍데기는 표면을 상징합니다. 거북이는 또 아주 느린 생물이기도 합니다. 생태계는 아주 느리게 진화하고 변화합니다. 바깥 세상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껍데기의 도움을 받아서요. 

테라핀은 정수의 껍데기이자 표면입니다. 표면은 전체의 일부이고, 다른 어느 곳보다도 바깥 세상과 가까이 있습니다. 딱딱한 표면은 폐쇄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어느 부분보다도 바깥과 가깝게 교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테라핀은 '자유의지를 가진' 등껍데기입니다. 바깥의 것들을 적절히 막을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받아들이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으니까요.

 

6. 잡다한 TMI들

테라핀이 역안인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제가 역안 처돌이라..
머리가 구형인 이유는 제가 그것밖에 못 그려서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상체가 인간의 골격과 비슷한데 머리까지 인간형으로 설정하기에는 제 인외러의 혼과 제 손의 실력의 반대가 너무 컸습니다.

테라핀 앞에서 탈모르파티 불러도 아마 타격은 별로 없을 겁니다. 있었던 것이 사라진게 아니라 애초에 없었으니까요. 타코야끼라는 표현에 대한 반응은 테바테일듯..

테라핀의 손목에 있는 장식 설정은, 옛날 2D 알라딘 영화의 램프의 요정 모티브입니다. 손목의 장식이 지니가 램프의 요정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징표인 동시에 지니를 램프에 묶어두는 구속구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마지막에 자파가 램프의 요정이 되며 구속구가 생겨나는 부분이었습니다. 구속구는 어쩌면 램프의 요정이라는 본질을 의미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걸 테라핀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결론이 나옵니다.
그들의 손목에 있는 장식은, '테라핀'이라는 그들의 본질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구속구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어떤 테라핀이 손목의 장식을 벗어내는데 성공한다면 그 존재는 더 이상 테라핀이 아니게 됩니다.

제가 그동안 설정해 왔던 종족들 대부분은 딱히 의복이라 할 것이 없었는데, 테라핀 설정에 의복을 넣은 이유는 순전히 현실적입니다.. 제가 옷을 너무 못 그려서 연습도 할 겸 넣은 설정입니다.

복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