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2021. 6. 8. 13:05
말랑한 이야기 덩어리들/기타등등 이야기
너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야. 너에게서 나는 가능성을 찾아. 어쩌면 나 없이도 세상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침내 신이 죽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것들이 자기의 힘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당신은 무에서도 유를 이끌어내지만, 저는 존재하는 것조차도 무로 돌려보냅니다. 당신은 제가 망각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에요. 잊어버리고, 새로 꿈꾸고. 그런 식으로 세상은 순환합니다. 당신이 한때 상상했다가 잊어버린 것들일 뿐이에요. 글쎄요... 너울거리며 달린다, 세 개의 다리를 하나씩 펼쳐 도약한다, 바로 지금! 끓듯이 휘젓다가 날아오르며 흩날린다. 날개를 펼치고, 솜털에 닿는 잔류를 따라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돈다. 움직임을 품어 웅크..
티카의 꿈- 역동과 정적
2021. 6. 8. 13:01
말랑한 이야기 덩어리들/기타등등 이야기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평소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하루여서 그랬으리라. 나는 한없이 검은 공간에 있었다. 바닥에 발이 닿는 감각은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안정감이 내 몸을 받치고 있는 듯 했다. 그 기이한 느낌 때문에 반쯤은 걷고 반쯤은 헤엄치는 듯한 자세로 기다시피 움직여 갔다. 사방에 중력이 있었다. 그조차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똑바로 서 있는 것 같다가도 다음 순간 뒤로 누워 있는 것 같았고, 몸 속으로 당겨지는 듯한 긴장감과 바깥으로 터져나갈 듯한 압박감은 동시에 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몸은 그런 기묘한 느낌을 받고 있었지만, 이성은 내가 평범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성의 말은 어느 정도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공간의 특수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