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야. 너에게서 나는 가능성을 찾아. 어쩌면 나 없이도 세상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마침내 신이 죽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것들이 자기의 힘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당신은 무에서도 유를 이끌어내지만, 저는 존재하는 것조차도 무로 돌려보냅니다. 당신은 제가 망각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에요. 잊어버리고, 새로 꿈꾸고. 그런 식으로 세상은 순환합니다. 당신이 한때 상상했다가 잊어버린 것들일 뿐이에요. 글쎄요...


너울거리며 달린다, 세 개의 다리를 하나씩 펼쳐 도약한다, 바로 지금! 끓듯이 휘젓다가 날아오르며 흩날린다. 날개를 펼치고, 솜털에 닿는 잔류를 따라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돈다. 움직임을 품어 웅크렸다가 펼쳐 흘려보낸다... 나의 춤은 격변의 역동, 변화, 흐름.

흔들림을 감지한다. 그쪽으로 조심스레 가지를 뻗어 잡는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있다. 뿌리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나 같은 단단함. 역동의 헤침에 끊어지는 가지들이 있지만 다시 뻗으면 그만이다. 이대로 영원을 음미한다... 나의 춤은 불변의 정적, 안정, 고정.


한때 우리는 같은 점에 서 있었지. 서로 다른 축을 달린다 하더라도 원점이 있었잖아. 원점은 우리를 놓아주고 싶었대. 우리가 자기 없이도 살아갔으면 좋겠대. 그 말대로 우리는 이제 기준도 중심도 잃어버렸어.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할 방향으로 달려나가고 있어. 이게 자유일까?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은 모든 것을 관통해 지나갈 뿐이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해.

한때 우리는 같은 점에 서 있었지. 둘이 모여 만들어진 많은 차원들을 보고 또 봤었지. 너무 많아서 이젠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어. 무한히 넓은 곳에 기준이 없으면 어떻게 목표를 찾아갈 수 있을까. 이게 완벽일까? 어디도 중심이 되지 못하는 것이? 공간은 한없이 펼쳐져 있지만, 언제쯤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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